기아의 글로벌 양면전술: 호주 픽업 시장선 BYD와 ‘혈투’, 미국선 텔루라이드로 ‘승승장구’

전기차 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던 한국과 중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이 이제는 픽업트럭 시장으로까지 전선을 넓히고 있다. 기아가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인 ‘타스만’을 필두로 호주와 중동 등 글로벌 주요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중국의 비야디(BYD)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샤크6(이하 샤크)’로 거세게 맞불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호주 시장은 북미에 이은 세계 2위의 픽업트럭 격전지로, 연간 20만 대 이상의 수요가 발생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현재 이곳은 포드 레인저와 도요타 하이럭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기아는 이 견고한 틈을 파고들어 시장 점유율 2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초반 판세는 BYD 우위, 기아의 공격적 프로모션 대응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초반 기세 싸움에서는 중국의 공세가 매섭다. 기아 타스만은 전반적인 수출 물량 흐름은 양호하나, 핵심 공략지인 호주에서의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호주에 상륙한 타스만은 9월까지 약 3개월간 2,26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경쟁 모델인 BYD의 샤크는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14,111대를 판매하며 기아를 압도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판매량만 놓고 봐도 샤크는 1,193대를 기록하며 판매 순위 5위에 안착했으나, 타스만은 806대로 9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성적 격차는 파워트레인의 차이에서도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스만은 전통적인 디젤 엔진을 탑재해 3.5톤의 강력한 견인력을 자랑하지만, 샤크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PHEV 시스템으로 약 430마력의 고출력을 앞세워 호주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기아 호주 법인은 상위 트림인 X라인의 가격을 약 3,000호주달러 인하하고, 기존에 유료였던 스포츠팩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재고 소진 및 점유율 방어 전략에 돌입했다.

미국 시장에선 ‘기록적 행진’, 신형 텔루라이드 기대감 고조

호주 시장에서의 고전과 달리, 북미 시장에서 기아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아 미국판매법인은 최근 역대 10월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70만 5천 대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8%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식지 않는 인기다. 통상적으로 신형 모델 출시가 임박하면 대기 수요로 인해 판매량이 감소하기 마련이나, 텔루라이드는 올해 누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1만 대 가까이 늘어난 10만 1천 대를 기록하며 ‘끝물’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2025 LA 오토쇼를 통해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2027년형 텔루라이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존의 3.8리터 V6 엔진을 버리고 2.5리터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채택하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최고 출력은 274마력으로 다소 낮아졌으나, 토크는 오히려 49lb-ft 향상되어 실용 영역에서의 주행 성능은 강화될 전망이다.

가상 렌더링으로 미리 보는 ‘블랙 에디션’

신형 텔루라이드의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도 있지만, 팬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파생 모델의 가능성으로 옮겨붙고 있다. 유튜브의 자동차 예상도 전문 채널인 ‘AutoYa’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신형 텔루라이드의 ‘블랙 에디션’ 가상 렌더링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공개된 렌더링 이미지는 차체부터 휠, 내부 인테리어 트림까지 차량의 모든 요소를 검은색으로 마감하여 압도적인 무게감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상상이지만,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유행하는 ‘크롬 죽이기’ 트렌드와 맞물려 실제 출시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기아가 호주 픽업 시장에서의 초기 열세를 극복하고, 미국 시장에서의 텔루라이드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여 글로벌 양대 시장에서 모두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