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이라는 긴 시간은 가수와 팬 모두의 가슴에 짙은 그리움을 남겼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은 그 오랜 그리움이 환희와 눈물로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과 김준수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JX’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3회에 걸친 이번 서울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두 사람의 굳건한 티켓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여 명의 관객들이 2008년 발매곡 ‘돈트 세이 굿바이’를 떼창하자 무대 위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애틋한 연인의 이별을 담은 이 노래가 울려 퍼지는 순간, 김재중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있던 김준수는 조용히 그를 다독였고 객석 곳곳에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김재중은 팬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지나간 슬픔보다는 함께 호흡하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김준수 역시 이 곡을 부를 때마다 몰려오는 먹먹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증명한 베테랑의 품격
이들의 눈물에는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의 깊은 사연이 얽혀 있다. 과거 동방신기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소속사와의 얽힌 분쟁으로 팀은 쪼개졌고 이들은 JYJ라는 이름으로 험난한 독자 행보를 걸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멤버 박유천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며 팀은 사실상 와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 활동의 높은 장벽 탓에 주로 일본 등 해외 무대를 전전해야 했던 시간들은 팬들에게도 큰 상처였다.
수많은 풍파를 겪었음에도 남은 두 멤버는 오히려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뭉쳤다. 이번 JX 콘서트는 이름만 달랐을 뿐 사실상 동방신기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라이징 선’, ‘넌 언제나’, ‘주문’, ‘허그’ 등 과거의 메가 히트곡들을 전부 밴드 사운드로 새롭게 편곡해 선보였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리메이크로 큰 사랑을 받았던 ‘풍선’까지 열창하며 억눌렸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다.
무대 위 두 사람의 기량은 20년 차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김재중은 전날 공연 직후 목에 이상이 생겨 급히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자마자 언제 아팠냐는 듯 완벽한 라이브를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김준수와 흔들림 없는 솔로 커리어를 쌓아온 김재중의 시너지는 폭발적이었다. 거친 숨소리마저 생생하게 전달되는 압도적인 라이브, 토크쇼를 방불케 하는 유쾌한 입담, 객석으로 다가가 직접 선물을 건네는 남다른 팬 서비스까지. 이들이 왜 지금까지도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글로벌 무대를 다시 장악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한국 가요계의 상징적인 두 베테랑이 국내에서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는 동안,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또 다른 K-팝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고 있었다. 글로벌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BTS)이 긴 군 복무 공백기를 마치고 마침내 완전체로 미국 심야 토크쇼에 귀환한 것이다.
미국 NBC의 간판 프로그램 ‘지미 팰런쇼(The Tonight Show)’의 진행자 지미 팰런은 4년여 만에 스튜디오를 다시 찾은 일곱 멤버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번 방송은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ARIRANG(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25일과 26일(현지시간) 양일에 걸쳐 특별 편성되었다.
과거 뉴욕 기차역과 지하철을 무대로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이들은 이번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택했다. 미술관 내부에서 사전 녹화된 신곡 ‘SWIM’과 ‘2.0’ 무대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음악 무대 밖 스튜디오 인터뷰에서는 방탄소년단 특유의 유쾌함이 빛을 발했다. 멤버들은 한국 가정집의 필수품인 실내용 슬리퍼를 신고 등장해 지미 팰런에게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즐거움’을 유쾌하게 전파했다. 신보 수록곡 ‘Aliens’의 가사에도 “우리 집에 오고 싶다면 문앞에서 신발을 벗어라”라는 재치 있는 구절을 통해 한국의 예절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토크는 웃음과 진지함을 능숙하게 오갔다. 멤버들은 의무 군 복무로 떨어져 지내는 동안 서로의 어떤 점이 가장 그리웠는지 농담 섞인 칭찬을 주고받으며 변함없는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내 분위기를 가라앉힌 이들은 새 앨범 ‘ARIRANG’이 지닌 묵직한 메시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민요이자 짙은 문화적 정서를 담은 ‘아리랑’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 그리고 글로벌 청중을 위한 음악을 만들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근본적인 뿌리로 회귀하는 과정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한층 성숙해진 아티스트의 면모를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