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의 빛나는 성취 뒤에 가려진 구조적 한계와 새로운 도약의 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지난 수년간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독보적이다. 방대한 원작 코믹스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대한 서사를 구축한 것은 영화 역사상 전례 없는 성취였다.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MCU의 규모가 비대해짐에 따라 의도치 않은 구조적 결함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행착오를 넘어 원작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마블 스튜디오가 직면한 난제들과 이를 타개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본다.

유기적 연결이 끊어진 ‘거리의 영웅들’과 현실성의 부재

가장 눈에 띄는 아쉬움은 소위 ‘스트리트 레벨’ 영웅들이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데어데블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캐릭터들이 뉴욕이라는 동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닥터 스트레인지나 어벤져스와의 접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윌슨 피스크의 시장 당선이나 보이드의 맨해튼 습격 같은 중대 사건들이 서로의 서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금의 상황은 세계관의 개연성을 해친다. 이는 곧 공개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퍼니셔, 헐크와의 협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또한 MCU는 블립 사태나 외계 침공이 초래한 사회적 혼란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타노스를 테마로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등장하는 식의 묘사는 인류가 겪은 비극의 무게를 희석시키며, 결과적으로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캐릭터 서사의 단절과 소모적인 빌런 활용

캐릭터 활용 방식에 있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년 어벤져스 멤버들이 실제로 하나의 팀으로서 호흡을 맞춘 시간은 극히 짧았으며, 문나이트나 샹치 같은 2세대 히어로들은 데뷔 이후 수년째 후속 행보가 묘연하다. 고스트 라이더나 노바 같은 인기 캐릭터들의 등장이 지연되는 동안, 기존 영웅들의 서사는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이 윈터 솔져와 블랙 위도우처럼 원작에서 깊은 유대를 가진 캐릭터들이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타인처럼 묘사되거나,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숙적들과 아무런 개인적 서사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은 팬들에게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고르나 울트론 같은 매력적인 빌런들이 단 한 편의 영화에서 소모품처럼 퇴장하는 패턴 역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전성기를 놓친 엑스맨과 판타스틱 4의 딜레마

무엇보다 뼈아픈 실책은 마블 코믹스의 양대 산맥인 엑스맨과 판타스틱 4가 MCU의 전성기를 놓쳤다는 사실이다. 향후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를 기점으로 이들이 합류한다 해도, 아이언맨이 타노스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던 그 결정적인 역사적 순간에 리드 리처드와 울버린은 부재했다. 비록 리부트를 통해 이들이 새로운 어벤져스와 함께하게 될지라도,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가 이끌었던 인피니티 사가의 영광을 이들과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점은 MCU의 영원한 미련으로 남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영웅들이 뒤늦게 조우하는 모습은 원작의 웅장한 크로스오버가 주던 감동과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던지는 새로운 화두와 기대

이러한 산적한 과제와 우려 속에서도 마블 스튜디오는 ‘어벤져스: 둠스데이’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최근 루소 형제 감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검은 배경에 흰색 형상이 담긴 의문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난해한 이미지가 닥터 둠의 등장을 암시하는 것인지, 혹은 리드 리처드의 노트와 관련된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루소 형제는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의 스포일러 마케팅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첫 예고편은 12월 19일 개봉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 상영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예고편은 총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어 매주 교차 상영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베일에 싸인 둠스데이의 실체가 과연 MCU가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