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쏘아 올린 공이 심상치 않다. 단순한 콘텐츠의 인기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작품 속 가상의 케이팝 그룹이 현실의 차트를 점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며, 세계관 확장을 예고한 속편 제작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빌보드와 스포티파이 점령한 ‘가상’의 목소리
9일 빌보드 데이터에 따르면 ‘케데헌’의 OST 돌풍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애니메이션 내 걸그룹 헌트릭스의 ‘골든(Golden)’은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전주 81위에서 23위로 수직 상승했고,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Your Idol)’ 역시 77위에서 31위로 뛰어올랐다. 여기에 ‘하우 이츠 던’, ‘소다 팝’ 등 5곡이 추가로 차트에 진입하며 총 7곡이 ‘핫 100’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3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의 기록이다.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은 지난 4일 미국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가상의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그룹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3위)’를 넘어선 성적에 미국 연예매체 벌처는 “가상의 그룹이 실제 방탄소년단의 기록을 넘어섰다”고 타전했다. 현재 글로벌 차트에서도 ‘케데헌’의 OST 4곡이 톱 10에 안착해 있다.
‘더블랙레이블’ 사단과 현직 아이돌의 합작품
이러한 음악적 성공의 배경에는 탄탄한 프로듀싱이 자리 잡고 있다. 블랙핑크의 신화를 쓴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 쿠시, 24, 빈스 등이 주요 곡의 작업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트와이스의 정연, 지효, 채영은 리믹스 버전에 참여했고, 듀오 멜로망스의 곡도 삽입되는 등 현직 K팝 아티스트들의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틱톡을 중심으로 챌린지 열풍이 거세다. ‘#데몬헌터스’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은 5,200만 개를 넘어섰으며, 방탄소년단 RM, 트와이스, 제로베이스원 등 실제 스타들이 챌린지에 동참하며 화제성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넷플릭스는 ‘골든’을 아카데미 오리지널 주제가상 후보로 공식 출품했다. 이 곡은 SM 연습생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이재(김은재)가 작업하고 직접 가창까지 맡은 곡으로, 수상 시 케이팝 아티스트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2029년 공개 목표, 더 거대해질 사냥의 시작
전무후무한 성공에 힘입어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케데헌’ 속편 제작을 공식 확정 지었다. 다만 팬들에게는 다소 긴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개된 프로덕션 일정에 따르면 후속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2’의 넷플릭스 공개 시점은 2029년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속편은 1편의 성공 공식을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세계관을 대폭 확장할 예정이다. 공동 감독인 매기 강은 후속작의 서사가 주인공 루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설 것임을 시사했다. 루미, 미라, 조이, 셀린 등 기존 헌트릭스 멤버들이 전원 복귀하는 가운데,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과 함께 멤버들의 과거, 그리고 스타와 데몬 헌터라는 이중생활이 주는 갈등을 더 깊이 있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 강력해진 초자연적 위협이 등장해 그룹의 결속력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보컬, 댄스, 랩, 그리고 멘토링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넷플릭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관람 가능한 이 시리즈가 2029년, 또 한 번 전 세계에 ‘K-애니메이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