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작 라인업의 양면성: 현실을 파고든 스릴러 ‘언초즌’과 대형 블록버스터 ‘건담’

불안정한 정치 경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사이비 종교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드는 현상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심리 스릴러 ‘언초즌(Unchosen)’의 작가 줄리 기어리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영국 내 가상의 사이비 집단을 다루는 이 작품을 기획하며 그녀가 찾아낸 통계 자료는 꽤나 충격적이다. 현재 영국 안에서만 무려 2,000여 개에 달하는 유사 종교 단체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어리는 넷플릭스 공식 팬 사이트 투둠(Tudum)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사회가 극도의 불확실성을 겪는 시기에 이런 사이비 집단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믿기 힘든 통계 수치는 드라마의 오프닝부터 화면에 강렬하게 새겨진다. 기어리의 말처럼 영국에 존재하는 수천 개의 사이비 종교 중 일부는 철저히 폐쇄적인 공동체를 유지하지만, 대다수는 드라마 속 가상의 단체처럼 우리 곁에 아주 평범하게 섞여 지낸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들

‘언초즌’은 아담(에이사 버터필드)의 아내 로지(몰리 윈저)가 미스터리한 인물 샘(프라 피)에게 점차 매료되면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다. 샘은 딸 그레이스와 관련된 사고를 겪은 직후 ‘신성한 형제단(The Fellowship Of The Divine)’이라는 교단에 새로 합류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저 낯선 신규 회원으로 무리에 섞여들지만, 머지않아 그가 탈옥수라는 훨씬 더 어두운 이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결국 로지는 샘이라는 통제 불능의 개인과 사이비 종교라는 거대한 집단 중 어느 쪽이 더 큰 위협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인다.

극 중 가상 집단인 신성한 형제단은 실제 사건과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기어리는 온라인 포럼과 소셜 미디어를 수소문해 사이비 종교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과 접촉했다. 특정 단체의 이름은 함구했지만, 그들의 고통스러운 경험담은 작품 속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구축하는 단단한 뼈대가 되었다. 제작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탈퇴자 대다수는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완벽한 신원 보호를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청자들이 생존자의 정체를 절대 유추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가리면서도, 그들이 사이비 집단 안에서 겪었던 끔찍한 감정적 고통만큼은 극 안에 최대한 진실하게 녹여내고자 노력했다.

철저한 고증으로 빚어낸 극단주의의 민낯

타락하고 기만적인 남편 아담 역을 맡은 에이사 버터필드 역시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끈질긴 사전 조사를 거쳤다. 그는 영국 서식스 지역에 기반을 둔 급진적 기독교 분파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 ‘부르더호프 커뮤니티(Bruderhof Community)’를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이 집단은 전기와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개인 명의의 은행 계좌조차 허용하지 않아 노동으로 번 수익을 모두 공동 자금으로 묶어버린다. 버터필드는 투둠을 통해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한 남자의 모습을 생생히 회상했다. 그의 모든 행동은 지나치게 치밀해서 흡사 로봇을 보는 듯했고, 심지어 계단을 오를 때조차 바닥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한 번에 한 칸씩만 조심스럽게 디뎠다고 한다.

이 외에도 버터필드는 형제단(Brethren),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근본주의 분파(FLDS), 그리고 넷플릭스의 최근 흥행 다큐멘터리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 등을 연달아 시청하며 캐릭터의 디테일을 다듬었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언초즌’은 우리들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숨어 살아가며 현실에서도 우려스러울 만큼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극단주의 교단의 민낯을 파헤치는 또 하나의 문제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다크 스릴러에서 블록버스터 텐트폴로: 시드니 스위니의 파격 행보

넷플릭스가 이처럼 현실의 어두운 이면을 파고드는 무거운 심리 스릴러에만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을 강타할 초대형 스케일의 액션 블록버스터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 야심 찬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시드니 스위니가 있다. 그녀는 현재 ‘유포리아’ 시즌 3에서 아기 옷을 입고 온리팬스(OnlyFans)에서 남성들을 유혹하는, 듣기만 해도 기괴하고 논란이 다분한 역할을 소화하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놀랍게도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실사판 ‘건담’ 영화의 단독 주연이다.

오래전부터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합류를 논의해 온 스위니는 이제 본격적인 제작 돌입과 함께 건담을 자신의 공식 차기작으로 확정 지었다. 상대역으로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최근 안타깝게 취소된 ‘더 리크루트’, 그리고 개봉을 앞둔 실사판 ‘스트리트 파이터’ 등에서 맹활약한 넷플릭스의 단골 배우 노아 센티네오가 낙점되었다. 넷플릭스가 방금 공개한 건담 무비의 전체 출연진 명단에는 마이클 만도, 제이슨 아이작스, 젬마 차우트란, 시오리 쿠츠나 등 프로젝트의 무게감을 더하는 굵직한 이름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단연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은 스위니와 센티네오의 조합이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거침없는 스피드런

매번 화려한 레드카펫 룩이나 청바지 광고로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스위니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의 영화적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해 왔다. 지금까지 액션 배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녀가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의 간판 블록버스터 주연을 꿰찼다는 사실이 이를 완벽히 증명한다. 그녀의 과감한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동시에 받은 판타지 SF 비디오 게임 ‘스플릿/픽션(Split/Fiction)’의 실사화 작업에도 이미 이름을 올렸는데, 원작의 특성상 이 작품 역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액션 영화가 될 전망이다.

마치 할리우드에 존재하는 모든 장르를 ‘스피드런’하듯 섭렵해 나가는 그녀의 광폭 행보는 꽤나 성공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무명이었던 그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유포리아’는 이제 진정 미친 듯한 스토리라인과 함께 대장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한편 업계에서 그녀와 가장 결이 비슷한 남성 배우라 할 수 있는 글렌 파월과 호흡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 ‘애니원 벗 유’를 통해 엄청난 상업적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대 박스오피스 수익을 안겨준 에로틱 스릴러 ‘더 하우스메이드’ 역시 일찌감치 속편 제작을 확정 짓고 그녀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