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중음악계는 현실의 척박한 무대와 한계가 없는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쪽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거친 투쟁이 벌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예 물리적 차원을 벗어던진 새로운 형태의 밴드가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겉보기엔 전혀 다른 두 질감의 뉴스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는 하나의 거대한 맥락으로 이어진다.
당장 대중음악사에 씁쓸한 오점으로 남을 법한 작금의 ‘구미 사태’만 봐도 그렇다.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가 석연치 않은 안전상의 우려를 핑계로 일방적 대관 취소를 당하자 참다못한 음악인 2600여 명이 들고일어났다. 가수, 연주자, 평론가 가릴 것 없이 하나로 뭉친 이들 ‘음악인선언 준비모임’이 낸 성명서의 제목은 명확했다. “노래를 막지 마라”.
이들은 행정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갈등 조율의 책임을 방기한 채 대관 취소라는 손쉬운 카드를 꺼내 든 김장호 구미시장에게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과거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첨단기술의 메카로 불리며 청춘들의 꿈이 영글던 도시 구미가, 하루아침에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하고 예술을 검열하는 암흑기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뼈아픈 질타도 쏟아졌다.
흥미로운 건 행정적 잣대로 앰프 스위치를 내리려던 시도가 낳은 뜻밖의 나비효과다. 이승환의 공연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오히려 공연을 유치하겠다는 러브콜이 빗발쳤다. 결국 당초 3월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이승환의 ‘헤븐(Heaven)’ 투어는 7월까지 훌쩍 연장됐다. 무대를 닫으려다 오히려 판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준 꼴이니, 외압으로 짓누를수록 기어코 튀어 오르는 록 음악의 끈질긴 생명력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현실의 베테랑 뮤지션이 억압에 맞서 투어의 볼륨을 높이고 있다면, 현실의 제약을 처음부터 지워버린 가상 세계에서도 심상치 않은 샤우팅이 울려 퍼질 채비를 마쳤다. 구미 사태로 음악계가 “노래를 막지 마라”며 싸우고 있는 지금, “목소리를 높여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준비하라(Raise your voice, create a new wind, and get ready)”는 묘하게도 시의적절한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3인조 버추얼 아이돌 밴드 테사르(TESAR)가 그 주인공이다.
제로(XERO), 카제(KAZE), 라이(RAI)로 구성된 테사르는 K팝 씬에 발을 내딛는 첫 무기로 아예 월드컵 응원가인 ‘알레 코리아(Alle Korea)’를 빼 들었다. 다가오는 10일 정오에 발매되는 이 디지털 싱글은 묵직한 록 밴드 사운드를 뼈대로 삼고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직관적인 떼창 구간과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는 월드컵 특유의 뜨거운 축제 분위기를 정조준한다.
이들의 정체성은 음원 발매에 앞서 풀린 콘셉트 포토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가죽 스타일링과 거대한 대형 스피커를 배경으로 한 컷에서는 록 밴드 특유의 거칠고 반항적인 질감이 돋보인다. 그러다 어느새 멤버들끼리 서로 기대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는 모습에서는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바이브가 흐른다.
6일 오후 6시 뮤직비디오 티저 공개를 시작으로 10일 정식 음원 발매로 이어지는 테사르의 행보는 이승환의 투어 연장 소식과 묘한 화음을 빚어낸다. 낡은 잣대로 무대를 통제하고 예술을 재단하려는 시도는 시대를 불문하고 늘 있어왔지만, 결국 무대를 지키려는 자들과 가상 공간에서 무대를 아예 새로 창조해 내는 자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투어를 석 달이나 늘려버리든, 아바타의 모습으로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며 튀어나오든 진짜배기들은 기어코 자기만의 록을 연주하고 만다. 볼륨을 낮추라는 압박 속에서도, 노래는 스스로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