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는 서브컬처 팬들의 심박수를 꽤나 높여놓을 모양새다. 우주를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 메카물의 전설과 가상현실 데스 게임의 대명사가 각각 새로운 형태의 확장을 예고하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먼저, 리얼 로봇물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장갑기병 보톰즈’가 무려 15년 만의 완전 신작 애니메이션인 <장갑기병 보톰즈: 디 그라우에 헥세(Die Graue Hexe, 회색 마녀)>로 돌아온다. 최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티저 예고편과 비주얼에 따르면, 총 2부작으로 기획된 이번 극장판의 1부는 오는 11월 20일 극장가에 걸릴 예정이다. 아직 2부 개봉 일정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팬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대목은 단연 제작진의 면면이다.
원작의 창조주인 다카하시 료스케 감독이 감수로 한 발 물러선 대신, 메가폰을 무려 오시이 마모루가 잡았다. 여기에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의 메카닉을 벼려냈던 쓰네키 시노부와 만화 <장갑기병 보톰즈: AT Stories>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소노 요시히로가 디자인 팀에 합류해 특유의 무기질적이고 육중한 기체들을 다듬어낸다. 오시이 감독의 영혼의 단짝, 카와이 켄지가 음악을 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테다. 제작은 원작의 산실인 선라이즈와 프로덕션 I.G가 공동으로 진행해 작품의 뼈대를 세운다.
이번 신작을 대하는 거장들의 스탠스도 꽤나 흥미롭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스스로를 “초대 보톰즈의 열렬한 팬”이라 칭하며 “언젠가 꼭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혹시 내 전작들처럼 서서 먹는 소바 장면이 튀어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엔 진심으로 정통 전쟁 액션을 빚어내는 중”이라며 특유의 농담 섞인 각오를 던졌다. 이에 다카하시 료스케 역시 “감독마다 고유의 터치가 있기 마련인데, 나 스스로가 ‘오시이 터치’의 팬이다. 그가 보톰즈를 어떻게 전개할지 무척 기대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1983년부터 이듬해까지 52부작으로 방영되며 숱한 스핀오프를 낳았던 원작은, 아군의 기밀을 목격한 탓에 우주를 떠도는 도망자 신세가 된 청년 키리코 큐비의 궤적을 쫓았다. 15년의 침묵을 깬 <디 그라우에 헥세>가 그 건조하고 처절한 사선을 오시이의 문법으로 어떻게 재현해 낼지가 관건이다.
녹슨 철내음이 진동하는 보톰즈의 우주에서 시선을 돌려보면, 이번에는 디지털 세계의 서늘한 감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소드 아트 온라인(SAO)’ 프랜차이즈가 오는 7월 10일 신작 게임 <에코스 오브 아인크라드(Echoes of Aincrad)> 출시를 앞두고 꽤나 매력적인 미끼를 던졌다.
이 타이틀의 ‘얼티밋 에디션’ 사전 예약자들에게는 독점 스페셜 애니메이션인 <Unanswered//butterfly>가 보너스로 주어진다. 새롭게 풀린 티저 영상을 보면 가상 세계에서 재회한 두 인물, 에미룬과 렉스가 치명적인 데스 게임에 직면하며 겪게 될 운명의 파편들을 슬쩍 엿볼 수 있다.
<에코스 오브 아인크라드>가 시선을 끄는 지점은 기존 SAO 게임들이 답습해 온 문법을 과감히 비틀었다는 데 있다. 그간 유저들이 키리토나 아스나 같은 네임드 캐릭터의 서사에 일방적으로 이입해야 했다면, 이번 신작은 아예 메타적 접근을 시도한다. 유저들은 광범위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자신만의 아바타를 직조하고, 스스로가 직접 생사가 걸린 가상 세계의 모험가가 되어 아인크라드의 땅을 밟는다. 평화로운 평원부터 온갖 비밀과 함정이 도사린 던전까지 다채로운 환경을 탐험하며, 한계까지 유저의 피지컬을 시험하는 보스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이는 구조다.
시스템적으로는 실시간 전투 기반의 템포 빠른 RPG 액션을 채택했다. 레벨링 과정에서 장비와 무기, 속성을 튜닝하고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특수 스킬을 세팅하는 등 육성의 폭이 꽤 넓어 보인다. 물론 이 가혹한 맵을 홀로 개척할 필요는 없다. 전투의 성패는 유저가 선택한 NPC 파트너와의 연계에 크게 좌우되도록 설계되었다. 각기 다른 고유 스킬을 지닌 파트너와 유대를 쌓을수록 더 강력하고 새로운 능력을 해방할 수 있는 구조라, 전투 못지않게 관계 구축의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해당 타이틀은 PS5, Xbox Series X|S, 그리고 PC(Steam) 플랫폼으로 발매를 앞두고 있다. 카와하라 레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크런치롤에서 서비스 중인 만큼, 게임 패드를 잡기 전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관의 결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