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포착한 관계의 양면성: 상실을 품은 바다와 혼돈의 캠퍼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듯 문어는 꽤나 경이로운 생명체다. 소름 돋게 영리하고,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아무리 좁은 틈새라도 날렵하게 빠져나갈 줄 안다. 인내심과 관찰력이 뛰어난 데다 가끔은 인간을 골탕 먹이려고 물을 뿜어대는 유머 감각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셸비 반 펠트의 인기 소설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드라마 <영리하고 따뜻한 동물들>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두족류 마르셀루스(알프레드 몰리나 목소리) 역시 그런 존재다.

솔직히 말해 이 똑똑한 문어에게 주어진 역할이 수족관 야간 청소부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참견하는 것 정도라는 건 약간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청소부들이 샐리 필드와 루이스 풀먼이라면 굳이 문어를 탓할 마음은 사라진다. 원래도 호감 가는 이 두 배우는 한 화면에 담겼을 때 묘하게 더 사랑스러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동물에 관한 영화로만 본다면 이 작품은 인간 중심적인 감상주의에 빠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에 관한 영화로 시선을 돌리면, 특유의 잔잔한 유머와 깊은 감정선이 어느새 보는 이의 마음을 커다란 감정의 파도로 휩쓸어버린다.

작중 마르셀루스는 자신이 인간 중 유일하게 견딜 만하다고 여기는 뉴잉글랜드 작은 수족관의 야간 청소부 토바(샐리 필드)와 자신의 공통점을 짚어낸다. 둘 다 깊은 밤의 고요를 사랑하고 늑대장어를 혐오하며, 무엇보다 “바다 밑바닥을, 그리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꿈꾼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족관에 갇힌 채 밈에 나오는 집고양이처럼 하루하루 날짜를 세는 마르셀루스에게 잃어버린 것이란 집과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 뉴먼 감독의 카메라는, 그리고 어쩐 일인지 마르셀루스 본인조차도 토바가 품은 상실감에 훨씬 더 깊은 관심을 보인다.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떠나보내고 바닷가 오두막(솔직히 너무나도 아름다운 집이다)에서 홀로 살아가는 토바. 그녀가 엉킨 컴퓨터 선에서 자신을 구해준 날, 마르셀루스는 그녀의 짙은 불행을 감지하고 은혜를 갚기로 결심한다.

그 해결책은 말 그대로 낡아빠진 캠퍼카를 타고 마을로 굴러들어온다. 카메론(루이스 풀먼)은 빈털터리 뮤지션이자 길 잃은 영혼이다. 마르셀루스는 카메론을 보자마자 그 역시 토바와 같은 종류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자신의 남은 생을 바쳐 이 두 사람을 엮어주려 고군분투한다. 한발 물러서서 보거나 마르셀루스의 손자국 난 수조 너머로 바라보면, 발목을 다친 토바가 일을 쉬게 된 타이밍에 하필 차가 고장 나 소울 베이에 발이 묶인 카메론이 대타 자리를 구하게 된다는 식의 서사는 다분히 작위적이다. 하지만 부재한 부모를 찾는 아이와 아이를 잃은 부모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이 뻔한 궤적에도 우리는 기꺼이 속아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뜻밖의 장소에서 타인과 연대하며 상실을 치유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 대척점에는 이제 막 관계의 민낯을 마주하며 사정없이 멍드는 청춘들의 파괴적인 연대기도 존재한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화제작 <룸메이트>는 이 혼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대학 새내기 시절의 우정만큼 엉망진창인 게 또 있을까. 영화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안달 난 소심한 신입생 데본(새디 샌들러)이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셀레스트(클로이 이스트)를 설득해 룸메이트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설렘으로 시작됐던 둘의 관계는 비좁은 기숙사 방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질투와 원망, 수동 공격이 난무하는 소리 없는 전쟁터로 돌변한다. 동경이 라이벌 의식으로 변질되는 대학 시절 관계의 피로함을 이토록 날것 그대로 담아낸 성장 코미디는 드물다.

흥미로운 건 이 질풍노도의 감정선이 뉴저지의 다채로운 풍경 위에서 꽤나 근사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맨해튼에서 촬영하는 엄청난 비용을 피하면서도 특유의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 저지시티와 호보컨의 번화가, 강변 일대를 십분 활용했다. 호보컨 특유의 브라운스톤 거리와 스카이라인은 활기찬 캠퍼스 타운의 공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다.

작중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허구의 대학인 월튼 대학교의 역할은 드류 대학교가 맡았다. 고딕 양식의 석조 건물과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 클래식한 캠퍼스 풍경은 데본과 셀레스트의 불안한 우정이 싹트기에 더없이 완벽한, 전형적인 동부 명문대의 우아함을 뽐낸다. 여기에 답답한 캠퍼스의 긴장감을 환기시키는 롱브랜치 해변의 오션 플레이스 리조트 앤 스파, 캐릭터들의 서사에 교외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몽클레어 고등학교와 인근 주택가까지, 뉴저지는 하나의 콤팩트한 주 안에 대학 캠퍼스와 도심, 해안가 풍경을 모두 쑤셔 넣은 훌륭한 세트장 역할을 해냈다. (중간중간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컷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영화가 남긴 잔상이 짙다면 화면 속 장소들을 직접 밟아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대다수의 촬영지가 일반에 개방되어 있어 렌터카를 빌려 롱브랜치부터 크랜퍼드, 모리스타운까지 쭉 훑어보는 로드트립을 짜기 좋다. 저지시티나 호보컨처럼 번잡한 곳은 기차나 PATH를 이용해 가볍게 치고 빠지는 편이 낫다. 늦봄이나 초가을에 방문한다면 영화 속 그 따스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화면의 질감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두 편의 넷플릭스 작품은 완전히 다른 온도로 인간관계를 이야기한다. 챈들러 레백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성인기의 초입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내기 위해 누군가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기괴한 짓들을 서슴지 않는다. 지미 파울리와 시애라 오설리번이 쓴 대본은 이 Z세대 특유의 찌질함과 솔직함을 꽤나 유쾌하고 타격감 있게 그려냈다.

어떤 이들은 상처를 안고 도망친 바닷가 마을에서 문어의 오지랖 덕에 새로운 가족을 찾고, 어떤 이들은 기숙사 방에서 서로의 밑바닥을 긁어대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통과의례를 치른다. 완벽하게 재단되지 않은, 그래서 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때로는 시리게 따뜻한 우리의 관계 맺기는 이렇게 각자의 풍경 안에서 끊임없이 굴러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