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명승부 펼친 PO 4차전… 결국 승패 가르는 핵심은 ‘기본기’

가을야구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플레이오프(PO) 4차전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혈투였다. 승장인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부터 코치진을 거치며 수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오늘 같은 짜릿함은 처음”이라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흐름을 뒤집은 김영웅에 대해 “어린 나이에도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런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기술적, 멘탈적으로 이미 최고의 선수라는 증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초반 선발 원태인이 5회에 피홈런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벤치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하지만 6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가라비토가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고, 이호성 역시 제 몫을 다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 팀의 진정한 저력을 느꼈다”며, 5차전 선발로 최원태를 예고했다. 대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 최원태가 벼랑 끝 5차전에서도 호투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반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놓친 패장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오늘의 패배는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6회와 7회 위기를 넘겼다면 폰세를 8회에 투입하려 했던 계산이 어긋난 것이 뼈아팠다. 비록 경기는 내줬지만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우주가 훌륭한 투구를 선보였고, 김서현 역시 잦은 피안타로 위축된 경향이 있었을 뿐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사령탑은 “5차전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마지막 총력전”이라며 폰세를 선발로, 김서현을 마무리로 내세우고 외국인 투수들을 총동원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문동주 출전 여부는 컨디션을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단기전의 변수, 시즌 내내 꼬리표처럼 붙은 수비 불안 이처럼 포스트시즌의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로 이어지는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을 깨고 승패를 가르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결국 수비다. 사실 올 시즌 초반부터 KBO 리그 전반에 걸쳐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책이 속출하며 각 팀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바 있다.

기록을 살펴보면 한화 이글스가 16개의 실책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랐고,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가 15개로 그 뒤를 이었다. 보통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지만, 마운드가 아무리 견고해도 야수진의 수비가 흔들리면 그날의 경기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평범한 야수라면 당연히 아웃카운트로 연결해야 할 타구를 놓치는 순간, 경기의 흐름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뼈아픈 실책이 불러온 나비효과 수비 붕괴는 벤치의 깊은 시름으로 이어진다. 지난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두산 베어스의 김원형 감독은 전날 쏟아진 3개의 치명적 실책을 언급하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런 내용이 기사화되면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까 우려스럽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감싸고 돌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며, “젊은 야수들은 종종 의욕이 앞서 실수를 범하곤 한다. 결국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SG 랜더스의 이승용 감독 역시 4연패를 끊어내고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2루수 안상현을 퓨처스리그로 내리고,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석정우를 콜업하며 선수단 전체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처방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SSG는 해당 경기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1-9로 대패했고, 5연패 수렁에 빠진 기간 동안 무려 9개의 실책을 쏟아내는 극심한 난조를 겪었다.

한화 이글스 또한 대전에서 수비 하나로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KIA 타이거즈에 2-4로 끌려가던 6회, 1루수 채은성이 평범한 땅볼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한 데 이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투수 이상규에게 악송구까지 범하고 말았다. 이 틈을 타 2루 주자 한준수가 여유 있게 홈을 밟았고, 흐름을 완전히 내준 한화는 결국 추격의 동력을 잃은 채 3-9로 무릎을 꿇었다.

수비의 늪, 타격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결국 야구에서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방증한다. 144경기의 긴 정규시즌 동안 마운드가 아무리 탄탄해도 믿음직한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팀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핵심 과제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올 시즌 유독 평범한 땅볼 타구 하나에도 벤치의 긴장감이 맴도는 것은 실책이 곧바로 패배와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해설위원은 “모든 구단이 이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두산의 경우 박준순이나 안재석처럼 타격 재능이 뛰어난 내야수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문제는 역시 수비다. 이들이 온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벤치의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수비 실책은 타격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수비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선수는 타석에서도 쉽게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며, “결국 닥쳐온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진정한 강팀으로 도약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